내가 그동안 이 세상에 한 일이 있다면

소낙비같이 허둥대며 뛰어다닌 일

그리하여 세상의 바짓가랑이에 흙탕물 튀게 한 일

씨발, 세상의 입에서 욕 튀어나오게 한 일

쓰레기 봉투로도 써먹지 못하고

물 한 동이 퍼 담을 수 없는 몸, 그 무게 불린 일


병산서원 만대루 마룻바닥에 벌렁 드러누워

와이셔츠 단추 다섯 개를 풀자.

곧바로 반성된다.


때때로 울컥, 가슴을 치미는 것 때문에

흐르는 강물 위에 돌을 던지는 시절은 갔다.


시절은 갔다, 라고 쓸 때

그때가 바야흐로 마흔 살이다.

바람이 겨드랑이 털을 가지고 놀게 내버려두고

꾸역꾸역 나한테 명함 건넨 자들의 이름을 모두

삭제하고 싶다.


나에게는

나에게는 이제 외로운 일 좀 있어도 좋겠다.


-안도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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