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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나 자신에 대해 쓸 것이 너무 많아서 펜을 들 수가 없다. 1년반 전의 일 이후 내 삶은 끝없이 이어지는 경험들로 넘치고 있어서 나는 그 내용을 말로 설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. 이렇게 끔찍한 위기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? 내가 보는 모든 사물은 새로운 빛 속에 있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생생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.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면처럼 내가 갑자기 새로운 육신을 갖게 된다고 해도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.

나는 삶에 목말라 있으며 ‘존재하는 습관’이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하게 느껴진다. 삶의 광폭한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, 자기 자신에 대해, 그리고 우리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존재들에 대해 단 한 순간이라도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,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! 하지만 나는 이 글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다. 왜냐하면 바로 다음 순간, 가령 내가 이 방을 나가는 그 순간에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. 우리 안에서 생각하는 그 무엇의 정체는 무엇인가? 우리 안에서 행동하는 그 무엇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? 신기해라, 내가 음악을 들을 때, 심지어 지휘할 때, 나는 이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을 완벽하게, 명료하게, 확실하게 들을 수 있다. 아니, 나는 이러한 물음들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생각마저 든다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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